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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물] 4. 핵합성 - b 본문
앞에서 다루었던 항성핵합성(Stellar Nucleosynthesis)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빅뱅에서 비롯된 빅뱅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 : BBN),
그리고 뺴놓을 수 없는 빅뱅에 대한 얘기도 잠깐 언급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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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간단한 복습을 하고 넘어가려 한다.
핵합성 핵합성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기억해야할 것은 단 하나의 이미지 이다.
#image1. 원소의 핵자당 결합에너지
X축 : 핵자의 갯수
Y축 : 핵자당 평균 결합에너지 = 원자핵 전체 결합에너지/핵자갯수
그래프에서 위쪽일 수록 핵물리학적으로 안정한 원자핵을 가진 원소이다.
마치 물질의 세가지 상태(기체, 액체, 고체)가 변하면
에너지 차이에 의해서 열이 흡수되거나 방출하는 것 처럼,
원소별로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에 따라 핵합성(핵융합 또는 핵분열)을 거치면서 에너지를 분출 한다.
그래프 가장 상단에는 '철 Fe' 이 존재하는데,
따라서 모든 원소는 핵융합이나 핵분열을 거치면 철로 향해 간다.
이 중간단계에서 마치 연금술과 같이 철보다 가벼운 원소들이 생겨나게 된다.
'우리 모두의 고향은 별이다' 라고 하였는데, 사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많이 존재한다.
(당장 우리몸속 원소를 보아도! 아연, 아이오딘, 등등..)
철이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기 때문에 모든 핵합성은 철로 종결된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
#image2. 주기율표
붉은 네모속 원소들이 철보다 가벼운 원소로 전체 원소의 절반도 안된다.
(그림을 보면 각 원소를 상징하는 재미있는 것이 많다.
마리 퀴리가 발견한 폴로늄(Po) 이후로는 방사능원소의 향연..)
지금 이 순간에도 핵발전소에서 핵분열을 통하여 열심히 에너지를 발전해서 먹고살아가고있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무거운 원소들(우라늄, 플루토늄 등등)은 분명 항성핵융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텐데 어디서 온것일까?
앞의 글에서 단서를 잠깐 언급하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의 종말시기에 에너지를 흡수하는 핵융합으로 발생한다.
사실, 핵융합이나 핵분열이나 통상적인 과정은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안정적인 철로 변해가는 과정인 만큼
에너지를 흡수하는 핵융합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온, 고압의 조건이 만족되는 별의 종말 형태 중에 하나인 초신성(Supernovae) 폭발에서 발생한다.
#image3. 케플러 초신성.
1604년, 뱀주인자리에서 폭발이 관측된 초신성으로 현재까지 우리은하내에서 인류가 목격한 초신성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물론, 우리은하가 아닌 외부에서 폭발한 초신성은 그 이후로도 꽤 있다.)
폭발당시의 밝기는 -2.5등급으로 금성과 비슷한 밝기. 거리는 2만광년 정도로 추정된다.
폭발이후 현재까지 약 400년동안 잔해가 사진처럼 퍼져나갔음을 상기해보자.
초신성폭발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통한다.
초신성자체가 원체 드문 현상이기도 하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신성=Novae 은 관측 가능한것이 수년에 한번씩 정도로 비교적 잦다)
초신성의 이론적 모델을 실제로 검증해볼수 있는 기회
(심지어 폭발하면 밝기도 굉장히 밝아지기 때문에 관측도 용이하다),
초신성의 물리적인 특징을 이용한 거리 측정
(먼거리임에도 다른방법보다 정확하게 가능하다) 등등.. 장점 투성이인 좋은 선물덩어리이다.
(물론 우리 지구 근처 ~ 3000광년 에서 터진다면 전지구적으로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험을 끼치겠지만)
(※ 케플러 초신성이나 낮에도 맨눈으로 보일정도로 굉장한 규모의 초신성은 인류관측역사상 한두번 정도 밖에 되지 않을정도로 드물다)
이러한 초신성폭발은 태양보다 질량이 수십배큰 거성~초거성의 종말형태이며
유명해서 일반인들도 잘 알고있는 적색거성들(안타레스, 베텔기우스, 에타 카리나 등등..)도 앞으로 수백만년정도 안에 모두 초신성의 형태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초신성 폭발이 발생하면 초신성 타입별로 다르지만 공통적인 점은 별의 내부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별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바깥으로 쓸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때의 뿜어져나가는 가스속도는 광속의 약 5%까지 가속된다.
이정도면 특수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과정을 Dredge-up(두레박으로 퍼올리는) 이라고 부르며
평소에는 별의 내부에 갇혀있는 원소들을 우주공간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image4. 무거운 별의 일생
Recycling이라고 표현된 부분이 폭발과 함께 우주공간으로 퍼져나가는 원소들이다.
별의 일생동안 이러한 Dredge-up은 두~세번 정도 발생하나
가장 극적인 물질의 분출은 초신성폭발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Dredge-up 시기가 아니라면 별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막대한 내부압력으로인해 우주공간상으로 나올수 없다)
이때에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물질들은 주변에서 넘치는 폭발에너지를 흡수하면서 핵융합하여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내며 이것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근간인 것이다.
위 그림에서 Recycling이라고 표현하였는데, 마치 이 땅의 생물이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별의 탄생이후 초신성 폭발을 거치면 가지고있던 물질들을 다시 우주로 뿜어내는 순환과정을 가진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더라면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몸에 아주 극미량이지만 없으면 안되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아연, 구리, 아이오딘...)의 근원이기 때문.
결국, 별이 탄생하면서 중력에 의해 뭉쳐진 가스덩어리(수소+헬륨이 99%이상)를
일생동안 핵융합을 통하여 무거운 원소로 바꾸어
종말하면서 다시 우주로 뿜어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아!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주공간상의 가벼운 원소들(수소, 헬륨)은 사라지고
무거운 원소(중원소)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좋은 통찰력을 지닌 것이다.
(※ 천문학에서는 수소/헬륨보다 무거운 나머지 모든 원소를 중원소라고 부른다.)
그것이 우주전체의 진화과정이다.
끊임없이 별을 생성하면서 우주전체에서 중원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갈 것이고,
별탄생에 사용되는 원소인 수소와 헬륨은 계속해서 고갈될 것이고,
결국 나중에는 별이 더이상 탄생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그러다가 우주자체 중력에 의해 빅뱅이 점점 감속하고,
종국에는 다시 우주가 수축하여 한 점으로 모였다가 또다시 빅뱅이 발생하는.....
(물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별이 탄생하지 않을지, 정말로 우주가 수축하기는 할 것인지 라는 질문은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며 현재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럼 반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태초에는 우주공간상에 중원소는 거의 희박할 것이고 대부분이 수소+헬륨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이 수소와 헬륨은 어디서 온것일까?
바로~
빅뱅!
#image5. 빅뱅이후 원소들의 질량비
X축 : 시간(log scale)
Y축 : 질량비(log scale)
X축, Y축에 주의하자.
X축에서 1인 지점은 log10 = 1 이므로 빅뱅이후 10초가 되는 지점이다.
Y축은 원소의 함량비가 아니라 질량비이다. 즉, 수소(H)와 헬륨(He)이 같은 질량비를 가진다면 헬륨이 4배 무겁기때문에 실제 갯수비는 수소가 4배 더 많은 것이다.
위 그림은 빅뱅직후 시간에 따른 원소들의 질량비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모델이다. 이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뒷받침하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다.)
그래프 아래에도 적었듯이, 질량비 이므로 약 100초 이후(X축=2인 지점) 수소와 헬륨의 질량비가 거의 같아지는데,
이 시점에서 수소의 갯수는 헬륨의 4배일 것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질량비가 -5~-10 이므로 로그 스케일을 환산하면 수소의 10^-5 배 ~ 10^-10배 인 셈이므로 무시한다면,
빅뱅직후(우주의 나이가 100초 일때) 우주전체 구성원소는 수소가 75%, 헬륨이 25%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럼 이 수소와 헬륨은 어떻게 생겼을까?
답은 빅뱅 역시 굉장한 고온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image6. 우주의 역사.
왼쪽은 빅뱅(시간 t = 0 인 순간)이후 시간, 오른쪽은 물질의 형태.
각 시대(Era)별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10^-43 초 보다 더 이전의 시기를 플랑크(Planck) Era 라고 하며 현재까지 이론적으로 설명가능한 영역은 플랑크 Era 이후 부터이다.
즉, 그 이전(t = 0 부터 10^-43초까지)에서 물질이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있었는지에 대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랑크 era 이후 아인슈타인이 정립하려했던 대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y : GUT) Era 가 이어진다.
위 그림에서 보면, 빅뱅이후 0.001초 ~ 3분 사이에 핵합성(핵융합)의 시기가 존재한다.
즉 그전까지 쿼크→중성자,양성자→... 순으로 점점 입자가 합쳐지면서 이 시기에 수소와 헬륨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왜 다른 핵합성과는 달리 딱 수소/헬륨만 만들어지고, 또 이후에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느냐?
그것은 우주의 팽창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팽창하면 할 수록 우주전체의 밀도와 온도는 급격히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더이상 핵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빅뱅이후 딱 3분동안만 수소와 헬륨이 생성되고 그 이후로는 빅뱅핵합성은 중단된 것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그림에서 가장 위 꼭대기가 현재의 우주인데 우리가 '관측' 을 한다는 것은 꼭대기에서 과거의 영역,
즉 그림 아래쪽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광자(빛)를 가지고 관측을 하기 때문이며 이 빛에 담긴 정보가 진행하는데에는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태양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몇분이 지나서야 알 수 있는 것 처럼,
우리가 우주의 더 깊은 영역을 관찰하면 할 수록 더 과거의 광자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고,
이는 곧 우주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계속 망원경 기술을 발달시키면 결국 빅뱅순간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한계선은 존재한다.
그림에서 표시된 빅뱅이후 30만년이 바로 그 시기이다.
이전까지의 시기는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뜨겁고 따라서 물질도 전하를 띈 플라즈마(원자핵,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상태로 존재한다.
전자기파인 빛은 이러한 전하를 띈 입자에 의해 영향을 받기때문에 사실상 '갇혀버린' 것과 같은 모습이 된다.
즉, 빛이 진행하다가도 주변의 플라즈마에 의해 다시 흡수되거나 꺾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전체적으로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시기이다.
이는 안경에 김이 뿌옇게 서려서 잘 볼수 없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30만년이 지나고 우주가 충분히 식게되면 플라즈마들은 서로 결합하여 중성인 원자를 이루고
따라서 빛은 더 이상 간섭을 받지 않아 비로소 자유롭게 우주공간상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관측되는 사실상의 최초의 빛, 우주배경복사 이다.
이때를 흔히 우주가 투명해졌다.(The universe becomes transparent.)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image7.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은?
곧 과거를 들여다 본다는 것!
이렇게 뜨거운 온도로 시작된 빅뱅으로 인하여 빅뱅핵합성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여기서 생성된 수소와 헬륨은 우주 전체구성비 3:1을 이루게 되었으며,
우주는 투명해졌고 태초의 빛은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며,
별이 생성되고 죽어감에 따라 차츰 차츰 중원소들이 우주공간상으로 공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렇게 생성된 원소들은 현재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죽어서도 이 원소들은 지구상에 남아있을 것이며,
앞으로 약 50억년후에 화성궤도까지 팽창한 태양에 의해 이 원소는 다시 태양으로 돌아갈 것이며,
태양의 종말이후에는?
다시 우주공간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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