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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물] 4. 핵합성 - a 본문
일천물의 처음으로 시작하는 천문학 카테고리는
오랫동안 옛 사람들의 호기심이었던 별은 왜 빛나는가,
항성의 핵합성에서부터 원시우주의 근간인 빅뱅핵합성까지의 내용을 포함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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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일명 '빨간책'.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쓴이도 물론 소유하고 있다. 양자역학 내용인 3권은 아직 한글번역판이 나오지 않았으며, 시중에는 앞의 두권들중에서 평범한 독자들에게 이해가 쉬운 내용들을 골라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라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였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전설적인 책중의 하나인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일명 '빨간책' 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남자가 동료 연구자들과 밤을 지새운 연구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얻게 되었다.
연인과 시간을 보내던 그는 마침 밤하늘을 메우고 있는 별 얘기가 나왔고 연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지금 세상에서 저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 있는데, 그게 바로 나야'
연인은 아마 '너의 눈동자에서도 별빛을 찾아볼 수 있어', '밤하늘의 별이 몇개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지상에 있는 별의 개수는 난 알아' 류의 낭만적인 말이라고 생각하여 웃었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 당시에 그는 그 말처럼 실제로 그것을 아는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연인이 그 점을 염두했다면 감동이 더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뭐 아무튼.
그의 이름은 조지 가모프(George Gamow)이며, 항성에 관련된 핵합성 이론(항성핵합성 : Stellar Nucleosynthesis(SN))을 정립시킨 사람이다.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
이는 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BBN))과 관련된 랄프 알퍼, 한스 베테, 조지 가모프 세 사람의 논문이다.
자신들의 이름이 그리스의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문자(알파, 베타, 감마)와 비슷하자 논문발표시 적는 저자목록에서도 알퍼, 베테, 가모프 순서대로 적었다.
(실제로 논문 저자명은 그 논문을 부를때 '주 저자 누구 외', 예를들면 '가모프 et al 의 논문' 으로 불리는 등 공동저자가 아니라면 순서의 영향이 있다. 저자명중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이 제1저자로써 보통 그 연구의 리더이다)
그들 세사람은 가모프의 이러한 장난(?)에도 웃어넘길 정도로 친한사이라고 하니 별다른 일은 없었으리라.
다른 학자들까지도 이 BBN을 αβγ 이론... 그러니까 알파베타감마 이론 이라고 부른다.
이번 챕터에서는 이 두 가지 핵합성(SN, BBN) 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첫번째로 항성 핵합성(SN)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별이 왜 빛나는가? 에 대한 답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가모프의 연인이 가모프의 말을 듣고 '어? 나도 아는데. SN때문이잖아' 라고 했다면....)
#image2. 간단한 수소핵융합반응중의 하나.
많이 들어보았겠지만, 별이 빛나는 이유는 핵융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면 수많은 에너지문제를 해결할만한 엄청난 사건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핵융합은 인간이 손을 쓸수 없는 저 우주에서 일어난다.
흔히들 핵분열과 비교하여 핵분열은 무거운 원소들(원자량 번호가 큰)이 쪼개지면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고,
핵융합은 가벼운 원소들(원자량 번호가 작은)이 합쳐지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알고있으면 된다.
쪼개지는것과 합쳐지는것은 분명 정반대되는 반응인데 어떻게 똑같이 에너지가 나오나?
이는 핵자당 결합에너지의 차이에 기인한다.
어렵게 들리겠지만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핵자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중성자를 말한다.
위의 image2 에서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이 결합하여 헬륨(Helium)과 중성자(Neutron)이 되고 에너지가 발생한다.
푸른색 동그라미가 중성자이며 붉은색 동그라미가 양성자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들어 중수소의 핵자는? 양성자 1개 중성자 1개라고 하면 된다.
결합에너지란 이 양성자/중성자가 뭉쳐져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쉽게말하면 양성자2개+중성자2개로 이루어진 헬륨의 결합에너지가 100이라면,
그 결합을 깨려면 필요한 에너지가 100이라는 것이다.
핵자당 결합에너지는 고로 총 결합에너지를 핵자의 개수로 나눈 것이다.
원자핵안에 핵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합에너지가 작은 원소가 있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많은 핵자들이 약한 결합으로 설렁설렁 결합되어있는 것)
핵자가 몇개 없으나 결합에너지가 큰 원소가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적은 핵자들이 강한 결합으로 붙들려 있는 것)
따라서 핵자당 결합에너지 라는 것은 각각의 핵자들이 얼마만큼 강하게 결합되어 있느냐- 를 나타내는 값이라 할 수 있겠다.
핵융합(Fusion)이나 핵분열(Fission)과 같은 핵반응은 이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작은 원소들이 모여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큰 원소가 되는 과정이며, 반응 전후에 결합에너지의 차이만큼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예를들어 image2 에서의 반응은 (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결합에너지의 합 ) - ( 헬륨의 결합에너지 + 중성자의 에너지 ) 만큼의 에너지가 반응 후에 발생한다.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가장 큰 산꼭대기에 있는 원소가 바로 '철(Fe)' 이다.
즉, 핵반응은 가장 안정한 원소인 철을 만들때까지 일어나며, 달리말하면 철은 핵융합이나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반응 후에 에너지를 생성하는 일반적인 경우에서이다. 철이 핵융합을 강제로 한다면 에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면서 더 무거운 원소로 융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철을 핵반응에서 가장 안정한 원소라고 부른다.
#image3. 원소들의 핵자당 결합에너지를 나타낸 그래프.
그래프 왼쪽에서 위쪽일수록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큰 안정된 원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로축은 핵자의 수로써 오른쪽으로 갈수록 무거워진다.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H)가 제일 왼쪽 아래에 있으며 오른쪽으로 갈 수록 차례로 헬륨(He), 리튬(Li), 베릴륨(Be), 붕소(B).. 등으로 이어진다. 제일 높이 철(Fe)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보다 왼쪽 원소들은 핵융합으로, 이보다 오른쪽 원소들은 핵분열 과정을 거치며 철을 향해간다. 제일 오른쪽에 우라늄(U)이 보인다.
이 핵융합이 일어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도 높은 온도와 압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러한 높은 온도/압력 조건이 필요한 이유는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핵자들끼리 가까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핵의 핵자들은 자연계의 네가지 힘중에 강한 상호작용력(Strong force. 영어명도 강한힘! 이다.)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이름처럼 네가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따라서 가까이 붙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 즉 온도가 필요하게되는데 가장 간단한 수소가 헬륨이 되는 수소핵융합의 경우 1000만K를 필요로 하는 등 인공적으로 만들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점점 커지므로, 그 다음 핵융합반응으로 넘어갈수록 필요온도는 점점 높아져서 헬륨이 모여 탄소가 되는 헬륨핵융합의 경우에는 1억K에 육박하는 온도를 필요로 한다.
이 핵융합을 하는 과정에서는 앞의 양자역학에서 소개한 터널 효과(Tunnel Effect)가 적용된다.
즉, 가까이 가기위해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게 있어도, 터널효과에 의해 그 장벽을 넘을 확률은 0이 아니기 때문에 반응이 일어날 확률도 0이 아닌것이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상온에서 수소끼리 핵융합을 할 확률도 이 터널효과에 의해 0은 아닐터.
물론, 온도가 높아져서 원소 본인의 에너지가 클 수록 장벽을 넘을 확률이 점점 더 커진다.
#image4. 수소폭탄의 단면
최상단에 핵분열로 기반되는 소형원자폭탄 트리거가 있고, 여기서 발생한 열을 이용하여 주변수소가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서 2차폭발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핵융합발전은 어떤진 몰라도, 폭탄으로는 핵융합을 적어도 재현할 순 있다!
image4 의 수소폭탄이 바로 수소핵융합을 순간동안 폭발적으로 일으킨 폭탄이다.
(헬륨 핵융합도 가능하다면 헬륨폭탄도 될 것이지만..)
이는 원료인 수소를 중심부의 소형 원자폭탄으로 터뜨려 순간적으로 고온고압상태를 만들고 수소를 한꺼번에 모두 핵융합시키는 것이다.
반면, 핵융합발전은 충분한 시간동안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조금씩 얻어내는 것인데, 고온상태에서는 물질이 플라즈마상태가 되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어렵고, 그 고온 자체도 인간의 힘으로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
뉴스에서 종종 나오곤 하는 상온핵융합은 바로 이러한 핵융합을 상온에서 발생시키는 연구이다.
그러나 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핵융합이 맨날 일어난다!
연금술과 같이, 한 원소를 전혀 다른 원소로 바뀌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주공간상에 존재하는 가스들이 뭉쳐서 별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 가스들이 모여 수축하면서 점점 온도가 상승하다가
최초로 수소핵융합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온도에 도달하는 순간 별이라고 부른다.
수축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수축하면서 줄어드는 위치에너지가 온도증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핵융합을 일으키는 가스덩어리를 바로 별(항성)이라 부른다!
목성은 실제로 태양급의 별들과 거의 비슷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아서 별이 되지못했다.
태양계가 생성될때, 목성을 만드는 가스들이 뭉쳐지는 과정에서 온도가 약간 모자랐기 때문이리라.
(아마 좀더 많은 양의 가스가 모였다면, 태양계에는 별이 두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수소핵융합이 일어나면, 그 과정에서 헬륨이 발생하고,
여기에 온도가 좀더 충분하다면 헬륨핵융합이 일어나면서 탄소가 발생하고,
여기에 또 온도가 충분하다면 탄소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질소/산소/네온 등등이 발생하고,
여기에 또 온도가 충분하다면 얘네들이 또 핵융합하면서 마그네슘/네온 등등이 발생하고 ..........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바로 항성 핵합성이라 부른다.
다음 핵융합 단계로 넘어갈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온도이며,
이는 별의 크기와도 직결된다.
초기 생성시에 많은양의 가스들이 모일수록, 중력수축에너지가 더 커지기 때문에 더 높은 온도에 도달할 수 있고,
이는 그만큼 다음단계의 핵융합으로 넘어가느냐를 결정짓는다.
태양의 경우는 수소핵융합단계까지만 발생하기 때문에 중심부 타지않는 헬륨들이 차곡 차곡 쌓여있고,
그 주변으로 타기를 기다리는 수소들로 둘러쌓인 내부구조를 갖고있다.
그러나 더 질량이 큰, 즉 더 뜨거운 별의 경우는 보다 많은 핵융합 단계가 진행됨에따라
마치 양파껍질과 같은 구조로 여러개의 원소층으로 이루어진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철까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면 가장 중심부는 철로 되어 있을 것이다.
#image5. 태양보다 수십배쯤 무거운 별의 내부구조.
가장 바깥의 수소/헬륨층에서 부터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면서 헬륨->탄소, 탄소->산소/질소, 탄소->마그네슘, 산소->규소 ... 등등을 거치며 제일 중심부는 철로 된 핵이 존재한다.
실제의 핵융합은 image3 의 결합에너지 그래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수소->헬륨 구간을 제외하면 결합에너지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오히려 헬륨->리튬 구간은 줄어든다!)촉매반응과 같은 구간도 있기 때문에 여러원소가 혼재되어있는 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복잡한 과정을 다 거쳐도 제일 마지막은 철로 끝난다.
우리 인류의 고향은 별이다- 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것이다.
태초의 우주 빅뱅으로는 수소/헬륨밖에 생성되지 않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근간인 DNA는 탄소, 질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외에도 생명활동과 직결되는 필수 원소들인 철, 마그네슘, 나트륨 등등이 존재한다.
천문학에서는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중원소라고 부르는데
우리 몸속에 있는 철은 언젠가 과거 태양보다 수십배 무거운 별이 핵융합을 통하여 제일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 내었던 바로 그 원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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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핵합성을 포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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