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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에서 금속-비금속의 경계가 대각선인 이유는?

Sillu 2024. 2.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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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의 p구역(p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 변화하는 13족~18족 원소들)을 보고 있으면, 금속-비금속의 경계가 대각선 분포를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랑-전이 금속, 초록-전이후 금속, 청록-준금속, 파랑-비금속, 보라-할로젠, 연회색-비활성기체, 짙은회색-성질을 정확히 모름

금속성의 대표격인 전기전도도를 예를 들면, 전이후 금속까지는 전기가 꽤 잘통하며(=전기전도도↑), 비금속과 할로젠은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그 경계가 되는 원소들은 '준금속(metalloid)'으로 부르는데, 사실 화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어 화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그렇다면 오늘의 메인 질문. 왜 둘의 경계(=준금속의 분포)가 대각선인가?


*사실 이 분야는 고체화학으로 내 전공과는 거리가 좀 있어 세부 이론에는 (어쩌면) 약간의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보았는데, 다음 두 가지 방식의 설명이 가능해보인다.

 

 

1. 금속성과 비금속성의 경향성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Z)가 커질수록 양성자 수와 전자 수가 함께 증가하므로 다음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①핵전하  증가(=전자를 원자핵으로 끌어당기는 효과)
②서로 다른 전자끼리 밀어내는 힘 증가(=전자를 원자핵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효과)

②는 흔히 한국 교과서에서는 '가려막기 효과' 라 하지만 사실 원문인 'Shielding Effect' 가 더 직관적이라고 생각한다.
(* '가려막기'라는 단어는 없다. '가리다', '가림', '가로막다' 도 아니고...)

①에서 ②를 뺸 값을 전자가 실제로 '느끼는' 핵전하라 하여 '유효 핵전하'라 부른다.(일종의 알짜힘과도 같은 맥락)

영향력을 비교하면 ①>②이므로 자번호가 증가할수록 유효 핵전하는 점차 증가한다.

이걸, 주기율표에서 경향성을 비교하면 다음 두 가지가 경쟁한다.

1) (가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 같은 전자 껍질(=주기가 동일)내에서 유효 핵전하가 증가하므로 양이온이 되기 어려워진다.
즉, 금속성이 감소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같은 주기내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큰 금속성(1~2족)→작은 금속성→작은 비금속성→큰 비금속성(17~18족)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 (세로) 아래로 갈수록 : 유효 핵전하도 증가하지만, 전자 껍질의 바뀌면서 에너지 준위 자체가 커지므로 이온화에너지가 감소하여 전자를 잃기 쉬워진다. 즉, 금속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1)과 2)가 적절히 경쟁하기 때문에 이것이 p구역에서 나타나는 금속-비금속의 경계(오른쪽 아래 방향)라 해석할 수 있다.

 

2. 고체 에너지띠 이론

기체 상태와는 달리 액체, 특히 고체 결정 구조에서는 인접한 원자들끼리의 영향력이 지대해진다.

같은 종류의 원자끼리는 에너지 준위가 같으므로 인접한 두 동종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겹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울리 배타원리에 의해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겹칠 수 없다.

따라서 고체 결정 내에서 각 전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 준위는 필연적으로 split 된다.

출처 - 완자 물리학Ⅰ

 

무수히 많은 원자들에 의해 split된 에너지 준위들은 마치 연속적인 '영역'처럼 분포하며, 이를 '띠(band)'라 부른다.

 '원자가전자'와도 같은 개념으로 전자들이 분포하는 띠 중 가장 에너지가 높은 영역을 '원자가띠'라 하며, 원자가띠 바로 위의 비어 있는 띠들은 '전도띠'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준위와 에너지 준위 사이의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처럼, 띠와 띠 사이에도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이를 '띠 간격(띠틈)'이라 한다.

원자가띠, 전도띠, 띠 간격은 무수히 많으면서 인접한 고체 원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인 셈이다.

전도띠로 전이한 전자는 원자의 속박을 벗어난 상태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전자와 같은 형태가 된다. 따라서 띠 간격의 크기는 자유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의미하며, 이는 곧 전기전도도와도 직결된다.

띠 간격이 클수록 전도띠에는 거의 전자가 존재하기 어려우며(절대온도 0K이 아닌 이상 열에너지에 의해 극소량의 전자들은 에너지를 얻어 전도띠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도체가 된다.

반대로 도체일 경우 띠 간격이 매우 좁거나 없으며(=원자가띠와 전도띠가 겹쳐져 있음), 따라서 일상적인 열에너지만으로도 전도띠에 충분한 전자들이 존재하므로 전기전도도가 크다.
(*또한 반도체는 띠 간격이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이다)

에너지 준위는 주양자수 n에 관하여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다.

$$E_n \propto -\frac{1}{n^2}$$

\(\frac{1}{n^2}\)수열의 특성상 n이 커질수록 인접한 에너지띠 사이의 간격, 즉 띠 간격은 점차 감소한다. 

전자들은 낮은 에너지부터 차곡 차곡 채워지게 되는데, 이는 결국 원자번호가 큰 원소일수록 띠 간격이 좁은 영역에 전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도띠로 넘어가기 쉽다는 뜻이므로 전기전도도가 증가하는, 즉 금속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량적인 값으로 Goldhammer-Herzfeld ratio(GH ratio)가 있다.

$$GH \approx \frac{r_{a} ^3}{V_{mol}}$$

위 값은 GH ratio의 경향성과 거의 일치하는 값으로 여기서 \(r_a\)는 원자 반지름, \(V_{mol}\)은 몰 부피(\(m^3 /mol\))이다. (*왜 저렇게 되는지는 모름)

혹은, 다른 방식으로도 정의할 수 있는데
고체 결정에서 다음 두 가지 값(a, b)을 측정할 때, GH ratio의 본래 정의는 \(\frac{b}{a}\)이다.

a : 한 원자 내의 전자를 속박하려는 힘(=자유전자를 적게 하는 영향)
b : 한 원자 내의 전자를 인접한 원자가 끌어당기는 힘(=자유전자를 많게 하는 영향)

따라서 GH ratio가 클수록 자유전자가 늘어나며, 전기전도도가 증가하므로 금속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원자번호가 클수록 금속성이 증가하는데, 이는 실제로 원자번호에 따라 대체로 GH ratio가 증가하는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준금속의 GH ratio는 0.85~1.1의 값을 가지는데, 이 값을 경계로 주기율표의 p영역에서 금속-비금속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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