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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물] 6. 블랙홀 - b

Sillu 2014. 6. 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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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댓글 200개 가까이 받아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질문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 뿐만아니라 댓글로 같이 답변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댓글이 많은 만큼 질문도 많아져서 고르기가 힘들었는데요.. 그중에 특히 논란이 되었던 두가지를 적어보았습니다. 

질문의 깊이도 있고 자세하게 쓰다보니 길어진 감이 있는데.. 개인적인 흥미가 없으시다면 이부분은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답변이 '일반인을 위한' 을 초과한 감이 있습니다.. 질문의 깊이가 갈수록 깊어지는 점은 뿌듯하네요~)








## 지난글에 대한 질문들 몇 가지(인벤 댓글 발췌)



1. 최근 CMB(우주배경복사)에서 중력파의 흔적을 찾아낸 것에 대하여


→ 굉장히 많은 분들이 뉴스로 접하셨을것 같습니다. 

해당 연구는 남극 근처에 관측소가 있는 BICEP2 프로젝트에서 관측한 사실입니다. 


태초의 빛인 우주배경복사(CMB)는 현재의 우리가 관측하기까지 과정에서 중력적 영향에 의하여 편광현상(polarization)을 겪게 됩니다. 편광이란 여러방향의 전기장+자기장인 빛이 단일 방향으로 정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BICEP2 이전에도 CMB의 전파과정에서 중력파의 영향으로 편광(특히나 B-mode)을 겪을 것으로 이론적으로 충분히 예측되었지만 이번 CMB관측을 진행한 BICEP2 데이터를 통하여 그것이 처음 관측적으로 입증된 것입니다.




(좌) 위에서부터 BICEP2가 획득한 CMB의 E mode, B mode 관측.

(우) 현재 우주론모델을 고려한 E, B 각각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그림의 청색→적색 으로 갈수록 E, B의 세기(scalar)가 커짐을 의미하며 선으로 표시된 것은 편광방향, 길이는 편광정도와 같습니다. 




(하단 붉은 선) 이론적 모델로 얻어진 빅뱅 스펙트럼.

(상단 점들) 각종 프로젝트에 의해 얻어진 관측정보.

종전까지 관측들보다 BICEP2(흑색)이 모델과 가장 흡사한 upper limit를 얻어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BICEP2의 관측은 놀라운 정밀도를 통해 밝혀낸 획기적인 발견이며

지금껏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중력파에 대한 인류가 목격한 첫번째 관측적 증거입니다. 

또한 이는 중력파의 영향을 관측한 것으로 중력파 직접 관측이 아닌, 중력파 존재의 간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중력파에 대한 직접관측실험, 즉 말 그대로 중력파를 직접적으로 탐지하는 실험 또한 전세계 여러곳에서 진행 혹은 계획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LISA 프로젝트를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현재 이러한 직접관측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는 점 입니다.(이는 물리법칙의 대칭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쟁점은 중력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어느정도의 정밀도로 어떻게 검출을 할 것이냐' 인 것입니다.

이는 중력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가지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이라는 점, 그로 인하여 중력파 직접검출 또한 현재 인류의 관측정밀도를 능가하는 관측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한편, BICEP2의 CMB B-mode 관측데이터에 대한 노이즈 가능성을 제시하는 논문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Wen Zhao Mingzhe Li가 제시한 Cosmological birefringence 에 대한 논문이 있습니다.

개략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중력파에 의한 B-mode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CMB에 B-mode 편광을 일으키는 효과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BICEP2 관측의 노이즈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는 BICEP2의 관측데이터에 대하여 놀랍고 환영하는 바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는 신중하게 데이터를 검증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는 것을 전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분의 말씀처럼 최초로 중력파에 대한 관측적 증거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할지도 모르지요!



ps. 혹여나 좀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다음 논문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영문

http://arxiv.org/pdf/1403.3985v2.pdf

- BICEP2 팀의 관측 데이터 논문

② http://arxiv.org/pdf/1402.4324v1.pdf

- Wen Zhao와 Mingzhe Li의 cosmological birefringence에 대한 논문






2. 공간의 휘어짐에서 발생하는 중력


→ 이 내용은 일반상대성 이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공간의 휘어짐(Curvature)을 설명할 때 흔히 천 위에 공을 올려놓아 천이 움푹 파이는 것으로 비유를 듭니다. 

이는 평면인 2차원 천이 질량에 의해 휘어진 형태(3차원)를 비유한 것이며 여기서 우리는 curvature이 발생한 차원은 본래 차원보다 상위라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2차원으로 단순화한 curvature 값에 따른 우주공간의 형태.(curvature 값은 위에서부터 0, +, -)




실제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 좌표축이므로 공간상에 존재하는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의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우리가 상상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는 하위 차원에서는 그보다 상위 차원에 대한 설명이 근본적으로 불가능 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수학적인 비유를 들자면 x,y 2차원 좌표들로는 아무리 조합을 해보아도 3차원의 z좌표를 표현할 수 없습니다.


허나, 3차원 공간에서 질량에 의해 발생하는 curvature는 수학적으로 간단하게 표현이 되며 이를 통해 유도되는 중력 또한 수학적으로 충분히 표현이 가능합니다.


댓글에서 쟁점이 된 것은 정지해있는 물체는 휘어진 공간에 대한 영향이 없지 않느냐- 였는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좌표계 얘기를 해야합니다. 


제가 이전에 적었던 시간여행(특수상대론) 파트에도 관련내용이 있으나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정지해 있는 좌표계등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는 근본적으로 같은 관성좌표계이며 둘을 구분할 방법은 없다- 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천에 대한 비유에서 지구중력을 생각하지 않고 공을 올려놓는(즉, 정지해있는) 상태로 만든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위이며 이 비유는 단지 curvature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생각해야 합니다.


※ (좌표계와 관련한 추가적으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제가 이전에 적었던 시간여행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물체는 (운동상태를 기술할 필요가 없이) 휘어진 공간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며 이것은 '중력' 이라는 현상으로 우리에게 관측되는 것입니다. 

장 이론(Field theory)에서는 이렇게 질량이 만드는 공간의 curvature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 = 중력장(Gravitational Field)으로 표현이 되며 당연히 source 질량이 클 수록 curvature 효과도 커지는, 즉 중력장이 커지며 이는 곧 중력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


여기서부터는 다시 '일반인을 위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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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블랙홀의 흥미로운 관측적 내용들을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근본적인 발생과정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블랙홀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워낙 유명한 만큼 널리 알려져 있으리라 생각된다.

바로 별의 죽음의 한 종류이다.




#image1. 무거운 별(~태양질량의 수십배)의 일생을 나타낸 과정




다들 잘 알겠지만, 태양의 수십배에 이르는 무거운 별이 블랙홀이 된다. 

이렇게 발생하는 블랙홀은 별에서부터 만들어졌으므로 특별히 항성블랙홀(Stellar Black Hole : SBH)라고 부른다.

보통 블랙홀이라 부르는 것은 관습적으로 이 SBH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질량이 큰 별은 수명이 짧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별들은 태양보다 내부온도도 훨씬 높기 때문에 앞의 핵합성 글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항성핵융합반응이 태양보다 훨씬 많은 단계까지, 정확히는 제일 마지막인  까지 생성하게 된다.

(기억을 되새겨보자면 태양의 경우는 가장 첫번째 단계인 수소→헬륨 까지만 일어난다)





#image2. 각 원소별 평균 결합에너지

철이 가장 높은, 즉 가장 안정한 원자핵이라는 점만 기억하자

(벌써 세번째 등장하는 그림! 그만큼 핵합성에 있어서 많은 정보를-어쩌면 이게 전부인-담고있는 그림이다)




별의 수명이 막바지에 이르면 구성하는 원소들을 대부분 핵융합 해버려서

그전까지 굉장히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던 핵융합 반응이 불안정해진다.


이는 별 내부구조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신성이나 초신성 폭발과 함께

별의 물질 대부분을 우주공간으로 날려버리는, 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image3. 초신성폭발에 의해 생성된 해파리성운(Jellyfish Nebula) - 분류번호 IC 443

약 3,000~30,000만년 전에 초신성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도 폭발로 인해 물질이 퍼져나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적외선관측(적색+녹색), X선관측(청색)을 합성한 것이다. 





이러한 폭발과 동시에 별의 중심부분은 반대로 중력에 의하여 수축하는 과정을 겪는데, 

질량이 무거운 별의 경우는 중심부에 대부분이 철로 이루어진 덩어리가 존재한다.

이는 일생동안 핵융합을 하면서 철에 이르면 더이상 핵융합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철이 중심부로 차곡차곡 쌓였기 떄문이다.


보통의 경우라면(우리 태양이 멀쩡한 크기를 유지하는 것 처럼)

자체중력에 의한 수축하는 힘내부압력에 의해 팽창하는 힘이 평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지만,

초신성 폭발을 맞이하는, 내부구조가 붕괴하는 종말과정에서는 이러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수축이 한계까지 다다른 끝에 멈추거나, 혹은 정말로 멈추지 않아버린다.




중심핵이 한계까지 다다른 끝에 수축을 멈춘경우는 백색왜성(White Dwarf)과 중성자성(Neutron Star)에 해당한다.


그럼 멈추지 않으면?

바로 블랙홀이 된다!



위에 서술했듯이 보통의 경우는 별의 내부압력이 중력을 지탱하지만 

별의 구조가 무너지는 종말과정에서는 그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압력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중력수축에 의하여 어느정도 물질이 압축되었을 때에만 등장하는 것으로 축퇴압력(Degenerate Pressur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축퇴압력은 중심핵, 정확히는 원소를 이루고 있는 중성자, 전자 등의 소립자에서 기인하는 압력이다.



어느 정도 압축이 되어야 비로소 작용하는 축퇴압력, 이름만큼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발생하는 압력이다.

이러한 축퇴압력은 흔히 만원 전철로 비유한다.


전철(원자핵)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소립자)은 자리에 모두 앉고서도(평범한 상태) 

압력이 가해지면 어느정도까지는 빈 공간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더 탈 수 있다.(더 수축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겹쳐질(!)수는 없으므로 어느정도 거리까지 압축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더이상 사람이 더 탈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축퇴상태 인 셈이다.

(위에서 표현한 수축이 한계까지 다다른 상태가 바로 축퇴상태이다)





#image4. 점점 더 압축될수록 축퇴상태가 되며 전자 축퇴보다 중성자 축퇴가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든다





그림4 에서 처럼 주관하는 소립자(전자, 중성자)에 따라 축퇴압력의 크기 또한 다르다.

중성자 축퇴압력전자 축퇴압력보다 크기 때문에 더 강한 수축상태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축퇴상태는 통상적인 지구상의 실험으로는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굉장한 수축이 필요하다.

(그림4 처럼 2차원을 예를들면 전자축퇴는 cm² 당 1톤, 중성자축퇴는 cm² 당 백만톤(!)의 밀도로 압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주상에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괜히 우주가 최고의 물리학실험실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다시 별 얘기로 돌아가면,

별의 진화 막바지에 중력에 의하여 수축하다가 마치 방지턱에 걸리는 것 처럼

전자축퇴압력, 중성자축퇴압력 순서대로 수축이 정지가 되는 시점이 있다.


수축을 야기하는 중력이 축퇴압력과 균형을 이룬다면 더 이상의 수축이 멈추고 일시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다시 되찾게 되는데,


순서대로 전자축퇴압력과 균형을 이루면 백색왜성이 되며

질량이 큰 별의 종말, 즉 진화 막바지 수축하는 중력이 이보다 훨씬 강하면

전자축퇴정도는 가뿐히 넘어가 좀더 수축하여 중성자 축퇴압력과 균형을 이루면 중성자성이 된다.



그림4 에서 가장 왼쪽은 평범한 별, 가운데는 백색왜성, 가장 오른쪽은 중성자성의 상태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블랙홀은?


만약, 중성자 축퇴압력으로 버틸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이라면

자연계에는 더 이상 이러한 중력을 버틸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중성자 축퇴상태마저도 붕괴하게 되며 이것이 블랙홀의 정체인 것이다.


강력한 중력수축으로 인하여 우리의 자연계에서 물질이 짜부라들어 존재가 사라진 형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생성과정을 보니 갑자기 블랙홀이 무서워 지는데 ~ )










#image5. 질량을 가진 물체는 공간의 휘어짐(Curvature)를 만든다.

중력이 클수록 더 큰 curvature를. 그러나 블랙홀은 공간을.....






이러한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하면 주변 공간은 휘어지다 못해 파괴되며(curvature 값은 무한대가 된다)

천에 비유하면 너무나도 무거워서 천이 찢어져 버리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블랙홀 생성의 조건이 중성자 축퇴압력을 이길만큼 강력한 중력수축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중력이 강한, 즉 무거운 별들 중에서도 초신성 폭발(물질의 소실) 이후에도 블랙홀을 만들 정도로 

충분한 에너지와 물질을 보존하고 있는 별이 진화하였을 때 생성된다.



관측적 사실과 이론적 모델을 종합하면 블랙홀이 되는 경계선은 대략 태양질량의 15~30배의 별들로,

이보다 질량이 큰 별들은 블랙홀로 진화한다고 생각된다.


경계선이 저렇게 애매한 까닭은, 사실 별의 진화 막바지에 발생하는 초신성폭발은 

얼마만큼이 날라갈지, 결국 얼마만큼이 남아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폭발이후 남아있는 중심핵의 질량이 이후 종말형태를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된다.



중성자성을 넘어서는, 

즉 중성자 축퇴압력을 이길만한 중력수축이 가능한 경계선인 중심핵의 질량태양질량의 1.5~3배이며

이를 톨먼-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Tolman-Oppenheimer-Volkoff Limit : TOV Limit) 라고 한다.

(세명의 학자의 공동업적을 인정하여 이러한 긴~ 이름이 붙었다)


이보다 좀 더 유명한 찬드라세카 한계(Chandrasekhar Limit)는 그보다 중력이 작은 백색왜성을 넘어서는 경계선으로,

중심핵이 태양질량의 1.39배에 해당된다.



정리하자면 블랙홀의 되는 조건은

폭발 전은 태양질량의 15~30배

폭발 후는 태양질량의 1.5~3배인 TOV 한계에 해당하는 셈!





#image6. 중심핵 반경(R-세로축)에 따른 백색왜성의 질량(M-가로축)을 나타낸 모습

모든 단위는 태양을 기준으로 한다(태양반지름의 몇배인지, 태양질량의 몇배인지).

백색왜성 질량이 클 수록 반경이 줄어들며(중력에 의해 수축되기 때문에)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 즉 반경이 0 이 되는 지점이 더 이상 백색왜성이 지탱할 수 없는 한계질량, 즉 찬드라세카 한계질량이 된다. 

이 값은 기존 1.4에서 최근에는 1.38~1.39 정도로 생각되고 있다.








시공간을 파괴(!)하는 블랙홀에 대해 우리는 그럼 무엇을 할수 있는가!


수학적으로만 존재할 것 같던 무한대가 실현된 블랙홀이지만 

여기에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물리가 아직 남아있다.



블랙홀에게 남아있는 물리량은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질량

2. 전하량

3. 각운동량


괜히 '남아있는' 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초창기 학자들에게 블랙홀이 실존한다는 것이 입증된 이후에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를 골치덩어리 였지만, 

여기에도 중력에 의해 짜부러들지 않은(!) 물리량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학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유명한 스티븐 호킹은 이를 가리켜 '블랙홀에는 머리카락이 세가닥 남아있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흔히 물리량을 hair에 비유하기도 한다. 

초창기 블랙홀을 연구한 학자들은 대부분 '저녀석은 다 짜부라들어서 머리카락따위 없을꺼야..' 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호킹에 의해 블랙홀의 전하량을 측정하는 블랙홀전하량측정가와 

블랙홀의 각운동량을 측정하는 블랙홀각운동량측정가라는 새로운 직업분야를 창출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호킹얘기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바로 '호킹복사' 이다.

( 지금까지의 서술내용과는 달리 호킹복사는 관측적 증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론임을 주의하며 읽자)





#image7. 블랙홀 주변의 입자-반입자쌍의 모습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은 그의 파트너인 반입자가 존재한다.

(별에 이어 두번째다. 소립자도 짝이있는데!! .....

물론 빛과 같이 그 스스로가 반입자가 되는 자급자족(?)하는 특별한 녀석도 있다)



앞의 반물질 파트에서 언급하였던 것으로,

우주의 진공상태란 사전적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입자-반입자가 끊임없이 생성, 소멸되는 공간이다.

(물론 이 과정은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입자+반입자 ↔ 빛

(오른쪽 과정은 입자+반입자가 빛으로 바뀌는 쌍소멸, 왼쪽 과정은 빛이 입자+반입자를 만들어내는 쌍생성)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쌍생성(Pair production), 쌍소멸(Pair annihilation)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것이 블랙홀 근방에서는 특별해진다.


항상 쌍으로 사라지던가 쌍으로 생기던가 하던 녀석들인데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은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한발짝 더 내딛은것 때문에 빨려들어가고, 다른 녀석은 무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살아남은 녀석은 블랙홀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탈출한다.





아니 갑자기 공짜로 에너지를 얻다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는 보존되어야 하는것이 

자연의 근본적인 법칙인데 이 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인가?



호킹에 따르면 이 에너지는 블랙홀로부터 얻은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는 곧 질량이다.

결과적으로 외부의 관찰자가 보기에는 진공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쌍생성/쌍소멸 과정 속에서

블랙홀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형태, 곧 질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질량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론적인 계산으로 이때 걸리는 시간은 당연히 블랙홀의 질량이 클 수록 증가하며

안타깝게도 태양질량 정도의 블랙홀만 하더라도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타임스케일을 가지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블랙홀의 증발현상 자체를 관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현재까지 블랙홀 표면에서 방출되는 '호킹복사' 로 특정할 만한 관측적인 증거도 존재하지 않으니

아직까지는 블랙홀의 증발현상은 하나의 가설인 셈.


주변의 것을 빼앗기만 하는 놀부블랙홀이 아니라

다시 우주공간으로 에너지를 베풀기도 하는 흥부블랙홀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이 표현은 박석재 박사님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image8. 물질을 분출하는 화이트홀은 아직까지는 상상의 영역









지금까지 항성블랙홀(SBH)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이렇게 생성된 블랙홀은 어느정도 질량의 범위가 정해져있다.

왜냐하면 근본인 별의 질량이 범위가 존재하기 때문!

(하한선은 위에서 언급한 TOV 한계, 반대로 물리학적인 안정성의 이유로 별의 질량의 최대 상한선 또한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생성되는 항성블랙홀은 태양질량과 비슷한 스케일의 질량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전 글에서도 언급하였던 태양질량의 수백만~수천만 배에 이르는,

대형 은하들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거대블랙홀(Super Massive Black Hole : SMBH)은

이러한 과정으로 생성된 것이 아님은 분명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정설은 작은 블랙홀(SBH)들이 서로의 중력에 의해 병합되어

SMBH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인간의 관측보다 훨씬 거대한 타임스케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태양질량 정도의 작은 블랙홀 여러개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 비교적 손쉽게 재현할 수 있기에 정설로 인정받는다.


결과적으로 현재 은하중심에 존재하는 SMBH들은 우주 초창기 존재했던 거대한 별들이 진화하여

항성블랙홀을 만들고 시간이 흘러 서로의 중력적 영향권에 들어가다가

종국에는 합병되어 거대한 질량의 SMBH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관한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은하형성이 먼저일까 SMBH형성이 먼저일까?


은하에 존재하는 별들은 중력에 의해 구속되어 은하중심을 향해 회전하고있는데,

들어본 이도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중심부의 별들이 빽빽한 곳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다른, 눈에보이지 않는 중심을 기준으로 회전하고 있다. 




#image9. 저 별들이 촘촘히 모여있는 중심부가 은하전체의 질량중심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빛나는 별들보다 훨씬 큰 질량을 기준으로 회전하며 이 보이지 않는 물질은 보이는 별들의 질량의 서너배에서 수십배까지 이른다.





이것을 흔히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 부르는데,

이 경우 암흑물질의 대표적인 후보로는 은하중심에 존재하는 거대한 질량의(즉, 거대한 중력을 행사하는) SMBH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심점이 있어야 주변에 생성된 별들이 중력적으로 구속되어 하나의 은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즉, SMBH는 은하형성에 있어서 구심점 역활을 하는, 근본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리생각하면,

애초에 SMBH는 거대한 별이 종말한 블랙홀이 합병되어야 하며, 

이러한 거대한 별들은 통계적으로 그렇게 흔한 녀석들이 아니다.


따라서 애초에 별들이 밀집한 곳이어야 그곳에 거대한 별들도 많이 존재할 것이며 후에 SMBH로 합병이 될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 일수록 통계적으로 잘생긴 사람 또한 많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별들이 충분히 뭉쳐져야 하는 것이 SMBH의 전제조건이지 않는가?

애초에 은하가 될만큼 별이 뭉쳐야 비로소 SMBH가 생성될만한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SMBH가 아닌, 별들을 뭉치게 할만한, 중력적으로 구속시킬만한 것은 무엇인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암흑물질?




이러한 질문은 은하형성에 있어서 어찌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로 비유할 수 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던져준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며

현재도 연구가 진행중인,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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