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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가 본 인터스텔라의 오류들

Sillu 2014. 11. 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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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F 영화를 보고나서 과학적 오류를 하나하나 지적하는 건
개인적으로 별다른 의미없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본 적이 없지만,

영화를 너무 감명깊게 보았기에 애정의 표시(?)로 글을 적어본다.
(사실 직접적인 계기는 관련된 질문을 받았기도 했지만..)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영화팬으로써 영화의 여운을 간직한 채 단지 재미로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로는,
우주 여행의 근본적인 계기이자 도구가 되는 웜홀(Wormhole)의 존재 그 자체.

과거 많은 천문학자들의 로망이었고,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물리학적으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하물며 빛 조차도 이동하는데 인간의 시간으로 수 억년은 훌쩍 넘는 이 여행을

웜홀은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매력적인 녀석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웜홀의 존재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은 물론이거니와 관측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

그나마 웜홀과의 관련성이 높은 것은 블랙홀(Blackhole)이다.

4차원 시공간을 블랙홀이 하나의 특이점으로 파괴한다고 볼 수 있기에,
(우리가 아직은 잘 모르는)특수한 블랙홀의 작용으로 인해 시공간이 뒤틀린다면,
어쩌면 지름길이 뚫릴 수도 있지 않을까 - 하는, 
아직까지는 막연한 생각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블랙홀이 회전하여 이러이러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면 웜홀과 비슷한 효과를 낼수 있다!' 라는 식의

이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상상에 가까운,

현재 과학계에서 매력덩어리 웜홀의 존재는 미지수 임을 밝힌다.

 

 

두번째로는 첫번째와도 연관이 깊은데, 블랙홀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은 블랙홀의 Photon sphere(빛 구)가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여러 매체에서 표현된 블랙홀에서는 단순한 검은 구멍과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것이 강조되어 있었지

photon sphere가 표현된 것을 본적이 없다. 

이러한 빛 구는 마치 항성의 중력권의 영향으로 공전하는 행성들처럼,
탈출속도가 빛속도인 블랙홀에게 붙잡힌 빛이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쉽게말하면 단순한 중력만으로 빛이 그 주변을 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관측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이론적 기반은 웜홀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쾌하다.

자문위원으로 킵 쏜(Kip Thorne)이 참여했다는 것을 영화를 본 나중에 알았는데
이런 대단한 사람이 참여했다는 걸 알고나니 끄덕끄덕.. photon sphere가 나올만 하구나 하는 감상.

이 외에 환하게 표현된 빛은 블랙홀에 배경으로 존재하는 별빛이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한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 효과로 인한 빛도 포함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중력렌즈의 경우는 관측적 증거도 명확할 뿐만 아니라 천문관측에 있어서 응용기술까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에딩턴이 개기일식에서 관측했던 태양주변의 별빛이 휘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블랙홀과 관련된 오류는, 사실 너무 뻔해서 식상하게도 들리지만,
어마어마한 블랙홀의 차등 중력으로 인해 본래는 몸이 산산이 부서져야 한다는 점이 되겠다.
(이 외에도 블랙홀을 다룬 많은 매체에서 뻔질나게 언급되는 사항이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세 번째로는 이 영화에서 중욯나 장치인 중력과 시간의 연관성.

4차원 시공간과 중력의 연관성에 대한 이론인 일반상대론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은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지연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영화 설정상에서 블랙홀의 영향권에 있는 행성에 1시간쯤 내려갔다오니 대기권과 지구는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이는 일반상대론의 효과를 잘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헹상 대기권의 우주선(+지구)은 수십년이, 행성에 내려 갔다온 사람에게는 1시간이 흐른 상황에서

지구와 우주선은 동일한 시스템(계)에 속한다.

 

그리고 행성표면에서는 블랙홀의 중력권이 아니라 행성 자체중력의 영향 또한 존재하며,

따라서 우주선에서 행성으로 착륙하는 사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 퍼텐셜을 통과하면서 일반상대론을 적용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포텐셜을 통과한, 즉 가속도 운동이 존재한 사람들만이 시간지연효과를 받고
지구와 우주선은 그렇지 않아서 수십년이 흐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등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로
블랙홀의 중력권을 뚫고 행성에 착륙하였다는 건데 이는 현실적인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

이 기술은 간단히 말해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즉, 영향권안에 든) 상황에서
블랙홀을 탈출하는 비행선을 만드는 기술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시간 지연과 관련된 비슷한 현상으로는 쌍둥이 역설(Twin Paradox)을 들 수 있겠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형은 지구에 남은 동생보다 나이가 젊다.

이는 돌아오는 반환점에서 속도의 방향을 바꾸는데에 엄청난 가속도가 소모되며 

결과적으로 이것이 유사힘(관성력)으로 작용하여 중력과 같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달리 말하면 반환점에서의 엄청난 가속도는 사실상 블랙홀을 탈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쌍둥이 역설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을 반박하려고 제기되었던 주장이지만 사실 일반상대론의 한 현상일 뿐이다)

 

 

############ 본문과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계산부분

실제로 영화상에 등장한 시간지연효과를 계산해보았다.

일반상대론에서 비롯되는 시간지연효과는 그 시스템의 가속도와 직결된다. 

이러한 비관성계(가속도가 0이 아닌 시스템)에서는 유사힘으로 작용하여 포텐셜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지연효과는 보통 다음과 같이 포텐셜항으로 표현된다.

 

 

위에서 언급한 지구, 우주선의 경우가 reference frame에서의 시간인 t0 가 되는 것이며

블랙홀 포텐셜로 인한 시간지연효과 tf는 영화 설정상에서 1시간(t0)과 7년(tf)을 사용해보자.

이 경우 포텐셜 Φ = 4.5*10^16 Nm/kg 이 나오게 된다.

태양 질량정도의 블랙홀을 생각한다면 r = 2949.622223 m 가 구해진다. 

이는 태양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2949.622222m)과 거의 같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란 축퇴압에 의한 중력붕괴로 블랙홀이 되기위한 임계반지름으로 어떠한 천체의 크기가 이 반지름보다 작아지면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이된다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가지는 구 표면이 바로 event horizon(블랙홀의 표면)이 된다.

(회전하는 Kerr 블랙홀의 경우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양상이 조금 다르다)

 

따라서 계산대로라면 영화상의 블랙홀이 태양질량정도라고 가정하면

사건의 지평선 바로 언저리에 있어야만 정확하게 영화에서 등장한 시간지연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사건의 지평선을 바로 근처에 두고 밀러 행성이 존재해야할까?

이 경우 공전속도는 현실성이 있을지 계산해보자.

반지름 r의 원궤도라고 가정한다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포함한 원궤도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식을 가만히 보면 느껴지겠지만 v는 광속 c에 1/√r 이 곱해지므로 

여기서 궤도속도가 충분히 작으려면 밀러행성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즉 가르강튀아 블랙홀 표면과 꽤 멀리 떨어져야 한다.

대강 5천만배 정도 멀다고 한다면(이 경우 r = 1억 5000만 km로 태양-지구 평균거리)

이 행성의 공전궤도 속도는 0.0001c, 즉 30km/s 가 나온다.

사실 계산하다보니 처음 설정과정이 보이는듯 한데,

태양질량의 블랙홀, 그리고 밀러행성을 지구위치에 놓으면 비교적 그럴듯한 값들이 얻어진다.

 

주요 일치점을 생각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밀러행성의 위치에서 (r = 0.5*10^8 rs) 시간지연효과를 계산해보면 99.999..% 로 reference time과 거의 일치한다.(즉 지연효과가 없다)

2. 밀러 행성공전궤도 속도는 30km/s 이다.(지구 공전궤도속도는 약 29.8km/s)

그러므로 킵 손이 의도한 것은 태양-지구 시스템과 유사하게 태양질량의 블랙홀-밀러행성을 설정으로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경우 문제점은 지연효과를 받지 않는 우주선에서 밀러행성까지의 여정이 불분명해진다.

한 가지 가능성을 만들자면, 중심 블랙홀을 두고 서로 반대편에 우주선과 밀러행성이 위치하여 블랙홀 표면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우주선에서 행성까지 이동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상을 지나게 되므로 영화상에서 설명된 1시간-7년의 시간지연효과도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Not to scale)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블랙홀 포텐셜 영향이 적은 밀러 행성 근처에서 우주선이 대기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설사 위 그림처럼 같은 궤도상에 반대위치 일지라도 연료가 적은 우주선으로 굳이 블랙홀을 가로지르는 길을 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킵 손이 의도했을지 모르는 태양질량의 블랙홀과 태양-지구 거리에 밀러행성이 위치할 경우 현실적인 값들이 얻어진 것으로 만족해야 할듯 'ㅡ'

############

 

 

 

 

네 번째로는 '블랙홀 외부로 정보 전달이 가능한가?' 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순서상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타스와 남주인공의 무전교신, 

그리고 블랙홀 외부로 영향을 미치는 것(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는 블랙홀 내부 정보가 밖으로 탈출 한다는 것인데,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련된 유명한 얘기로는 '스티븐 호킹의 역설(Hawking Paradox)' 이 있다.

(혹은 재미있게도 블랙홀 전쟁 - Blackhole War 이라고도 부른다)

 

호킹은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하여 특수한 경우에는 물질이 블랙홀 표면에서 다시 밖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정보(에너지)는 형태를 달리할 뿐 소멸하지 않는다' 라는 물리학의 근본 원리에서 등장한 것이다.

아무리 블랙홀이 유별나도 빨려들어간 에너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천문학자들간에 십수년간 많은 논쟁이 있었다.(영화 자문위원인 킵 쏜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의 이론으로는 호킹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블랙홀 표면으로 끌려들어가는 물질은 외부 관측자가 보기에 점점 시간이 멈추는 것처럼 보이며

완전히 빨려들어간 후에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붙어서 정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마치 홀로그램과 같이 물질의 자취(혹은 정보)가 우리 시공간에 남아있는 것이며 실제 물질은 블랙홀 내부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에 존재하는 물질의 홀로그램(빛)은 이론상 영원히 존재하나(그러므로 정보보존의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다)

중력 적색 이동에 의하여 파장이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관측적 증거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블랙홀 내부에서는 어떠한 것도 탈출할 수 없다는 것현재까지의 이론이다.

 

영화에서 한가지 가능성으로 제시된 것은 중력자체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하였으나

이는 대통일장이론(Theory of Everything), 

즉 자연의 네가지 힘 중에서 통합이 이루어진 세가지 힘 - 강력, 약력, 전자기력

나머지 하나 중력을 통합시키고 나서야 얘기를 꺼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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