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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선생님이 바라 본 무여과 무환수 어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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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선생님이 바라 본 무여과 무환수 어항

Sillu 2019. 11. 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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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금붕어 3마리가 살고 있는 2자슬림(60*25*30) 무여과 무환수 어항 운영 중인
고양고양 고양시의 어느 과학선생님입니다.(*A1)
(질산 테스트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글 가장 말미의 Appendix를 참고해주세요.)

이 글을 적게 된 계기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무여과 무환수 어항에 대한 유투브 크리에이터 원X팜님의 영상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②직접 무여과 무환수 어항을 만들며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③무여과 무환수 항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③이 제일 큽니다 ㅋㅋㅋ)

일반인 분들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무여과 무환수 항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들을 정리해보려합니다.


이미 제시된 무여과 무환수 항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하셔도 무방하지만,
무여과 무환수 항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어항의 형태는 단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적인 원리를 이해하면 가이드라인 안에서의 상세한 무여과/무환수 적용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원X팜님도 영상 말미에 강조하셨듯이
애초에 물생활에서 정답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즉, 무여과 무환수 만이 진리다! 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 환수 귀찮았는데 그래 한번 읽어보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과학적 깊이는 중등 정도입니다...:D)



시작하겠습니다.



1. 여과는 왜 하나요?

출처 : G마켓 스펀지여과기 상품 설명 페이지



위 사진은 어항에 많이 사용하시는 스펀지 여과기의 모습입니다.
스펀지 여과기의 가장 큰 목적은 스펀지에 있는 수많은 미세 기공을 박테리아의 집(!)으로 제공하면서 충분한 숫자의 박테리아를 입주민으로 받아들여 수질을 안정화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박테리아가 대체 어떻게 수질을 안정화시킬까요?

수초만 기르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필연적으로 어항 속에는 여러 동물들의 배설물(오줌)+배출물(똥)이 다량 발생합니다.
똥오줌(!)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성분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①암모니아(NH3) : 본래의 암모니아는 기체 상태이나 물 속에서는 용해되어 존재.(마치 설탕이 물에 녹는 형태와 같습니다)
②암모늄 이온(NH4+) : 암모니아가 화학평형을 통해 일부 암모늄 이온으로 물 속에 존재.

결국 근원은 똥오줌 속에 포함된 암모니아이며,
이 두 가지 물질은 생물에게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어항 환경(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물질은 박테리아에 의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형태로 바뀝니다.

①아질산 이온(NO2-) : 암모늄 이온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Nitrosomonas 등의 세균에 의해 생성됨. 아질산 이온과 결합하는 다양한 양이온 종류가 존재하므로 통틀어서 흔히 '아질산염' 이라고 칭함.
②질산 이온(NO3-) : 아질산 이온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Nitrobacter 등의 세균에 의해 생성됨. 질산 이온 또한 다양한 양이온과 결합된 형태를 통틀어서 흔히 '질산염' 이라고 칭함.

이전의 암모니아, 암모늄 이온 보다는 덜 치명적이지만 이 두 물질도 농도가 높아질 경우 동물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질산 농도에 민감한 어종을 포함하여 담수 어항 환경에서는 질산 이온은 L당 40mg(40ppm)이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1)


뭐, 그렇긴 해도 처음 똥오줌의 암모니아보다는 훨씬 낫겠죠?
이것을 위해 우리는 물 세팅 이후 박테리아제도 팍팍 투여하고,
박테리아느님을 모시기 위한 스펀지 호텔도 준비하고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여과기들의 공통점은 '박테리아님들에게 호텔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는 것에 있습니다.
비록 숫자는 작을지라도 측면여과기의 스펀지 내부에서도 박테리아는 충분히 서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과를 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테리아를 길러 암모니아/암모늄 이온을 아질산 이온, 최종적으로는 질산 이온 형태로 바꾸기 위함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2. 산소 기포기의 역할?
그런데 Nitrosomonas나 Nitrobacter가 암모니아, 암모늄 이온을 아질산/질산 이온으로 산화시키는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산소가 풍부한 환경입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이 친구들은 암모니아를 처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호기성 암모니아 산화 박테리아라고 부르겠습니다.
간단히 줄여서 호박..은 아니고 호기성 박테리아로 칭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분들께서 산소를 필요로하시니 우리들은 산소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포기를 설치하는 걸까요?


출처 : G마켓 산소기포기 상품설명 페이지


산소는 기본적으로 암모니아처럼 물에 아주 잘 녹는 기체는 아니지만,
공기와 맞닿은 수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물 속으로 녹아들어갑니다.

하지만 물에 소금이 무한정 녹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산소도 물 속에 계속 녹을 수는 없습니다.

이 산소가 얼마나 녹는지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물의 온도입니다.

물의 온도가 낮을 수록 물 속에 녹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이 훨씬 많습니다.
(미지근한 사이다가 밍밍해지는 현상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저렇게 기포를 통해 공기를 뿜어올리면 물 속에 산소가 더 잘 녹을까요?

안타깝지만 "특별한 상황" 이 아니라면 큰 효과는 없습니다.

최대로 소금을 녹여 놓은 물에는 아무리 젓가락으로 강하게 휘젓는다고 해도 소금이 더 이상 녹지 않는 것 처럼, 기포기에서 발생한 기포 속 산소는 거의 대부분 다시 수면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항 물 속 산소는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특별한 상황" 에서는 필요합니다.

수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산소가 녹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물 속 산소가 지속적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있는 상황인데,

예를 들어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①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특히 동물)이 물 양에 비해 너무 많을 경우
- 산소가 녹는 속도는 수면의 면적에 비례합니다. 같은 수면 면적에 대해 산소 호흡을 하는 동물들이 밀집해있을 경우, 산소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②무엇인가가 물 속에서 썩고 있는 경우
- 흔히 우리가 '썩는다' 라고 표현하는 현상이 일어날 때에는 호기성 박테리아님께서 산소를 많이 쓰시는 중입니다. 존중해드려야죠.

③갑자기 많은 양의 '영양염류' 들이 유입될 경우
- 수초용 액체 비료 과다 투여, 물고기 먹이 과다투여, 지나가는 사람이 어항에 오줌을 쌌거나 등등

일반인들에 비해 대량의 생물을 빠르게 길러야 하는 생물밀집된 수조에서
산소기포기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상황이 아닌,
보통의 수조 환경이라면 물 속에서 산소가 소비(생물들의 호흡, 박테리아들의 활동 등)된 양 만큼 공기와 맞닿은 수면을 통해 다시 산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갑니다.

즉, 기포를 억지로 만들어 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글보글하면 어항이 뭔가 있어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있어보이는 것도 중요한 이유죠. 그러니 여러분의 기호대로 틀어도 좋고 안틀어도 좋습니다.)

다만 혹시 우리 어항 속 금붕이들이 너무 뻐끔뻐끔거려서
그 입 속에 산소를 얼른 넣어주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기신다면,

물 속으로 산소가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조금 더 재촉할 수는 있겠습니다.
산소를 재촉한다고 산소가 딱히 삐지지는 않으니까요.

바로 공기와 수면이 닿는 면적을 넓히는 것입니다.
예들 들어 물살을 만들어 수면을 출렁이게 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실제로 여과기 물살을 통해 산소 공급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요인이 수면을 출렁거리게하는 것입니다.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요.)


3. 그래서 여과를 안하려면...?
결국 종합하면, 여과기의 역할은 호기성 박테리아들의 서식처가 가장 큰 목적입니다.

따라서 여과기를 어항에 설치하지 않으려면 스펀지 호텔, 고급스러운 여과재 등등을 대신하는
다른 방법으로 박테리아들의 서식처를 제공해주면 되는 것이지요.

보통의 어항 환경에는 수중에 항상 산소농도가 생물들이 살아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녹아있습니다.
따라서 산소를 좋아하는 우리 호기성 박테리아 분들도 물 속 여기저기 떠다니며 서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여과기 설치를 안해도 박테리아들은 알아서 잘 서식하게 됩니다.

다만, 좀 더 집중적으로 박테리아들을 대접하고 싶으신 마음 따뜻한 분들도 계실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이 경우 여과기의 미세기공 구조와 유사한 형태들을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미세 기공들이 있는 돌, 입자가 큰 바닥재 틈 사이사이 등등)


4. 환수는 왜 하나요?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Nitrosomonas, Nitrobacter 등의 호기성 세균들이
생물에게 치명적인 암모니아, 암모늄 이온을 처리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나는 아질산염, 질산염도 농도가 진해지면 생물에게 안 좋다고 하였죠?

특히 이 질소 사이클의 최종 산물인 질산염을 더 이상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항 물 속에는 질산염이 지속적으로 쌓이게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허리를 휘어지게 하는 범인은 바로 "질산염"입니다.

적정 농도가 L당 40mg 이하 라고는 하는데 질산염을 맨눈으로는 볼 수 없으니 그냥 정기적으로 환수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자연에서는 왜 환수를 안해도 생물들이 잘 살아갈까요?

수조가 커서 그럴까요?

물의 흐름이 있어서 그럴까요?


정답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소가 적은 환경"(저산소 환경, 무산소 환경)입니다.


사실 이 질소 사이클은 최종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위에서 골치덩이였던 질산 이온을 질소 기체(N2)로 바꾸어주는 세균들이 있습니다.

Agrobacter, Micrococcus 등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재미있게도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이 과정을 일으킵니다.(*A2)


그 원리를 살펴보면 약간 짠한데요..

이 친구들도 살아가려면 산소가 필요하므로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별일 없이 산소 먹고 잘 살아갑니다.

하지만 만약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NO2나 NO3에 포함되어 있는 산소(O)를 울며 겨자먹기로 뽑아서 사용하게 됩니다.

NO2나 NO3에서 산소를 뽑아먹고 남는 것은?
바로 지금 여러분이 마시고 있는 공기의 78%를 차지하고,
과자 봉지에도 충전하는 질소 기체(N2)가 남게 됩니다.

질소 기체는 독성 또한 없고 물에 대한 용해도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에 물 속에 남지 않고
기포가 '뽀글' 하면서 공기 중으로 배출됩니다.

만약 자신의 어항이 질소 사이클 최종 단계까지 안정화가 되었다면,
물멍하는 도중 땅 속에서 약간 큰 기포방울이 산발적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하여 수초에서 올라오는 광합성으로 인한 산소 기체는 훨씬 기포 크기도 작고 산발적이 아닌 주기적으로 발생합니다.)

광합성으로 인한 산소 기체
바닥재에서 발생하는 질소 기체
바닥재에서 발생하는 질소 기체2
바닥재에서 발생하는 질소 기체3



탈질 박테리아에 의해 바뀐 질소 기체가 바닥재 속에서 쌓이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완벽한 "물고기 뱃속→똥오줌(암모니아)→아질산, 질산 이온→질소 기체→공기 중"
으로 순환하는 질소 처리 사이클이 완성된 것이지요!

그러므로 환수를 하지 않고도 질산 이온을 처리하는 방법의 핵심은
바로 저산소, 무산소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습니다.


5. 저산소, 무산소 환경은 어떻게 생기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무환수가 일어나고 있는 자연(물이 고여있는 연못이라거나)을 모방하는 것이겠죠?

잠시 자연 속에서 어떻게 저산소, 무산소 환경이 생겨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수심이 50m 이상일 것
담수 기준 수심 50m 이상에서는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이 거의 서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 속 산소량이 상당히 부족하게 됩니다.(L당 1mg이하)

평균적으로 수심 50m 아래로는 저산소 환경(suboxic), 100m 아래로는 무산소 환경(anoxic)으로 봅니다.(2)

그러므로 이 정도 깊이가 확보된다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생성되므로
질소 사이클을 끝까지 다 돌릴수 있게 됩니다.......만 수심 50m라니 현실적으로 재현하기는 불가능 하겠죠... ^.^
(로또 되면 제가 수심 50m 어항 해보겠습니다.)


②퇴적층의 밑바닥
하지만 자연 속 담수가 모두 수심이 50m가 넘는 것이 아닙니다.
얕은 연못에서도 인간의 개입 없이 질소 사이클이 잘 돌아가고 있지요.

이것은 호수, 연못, 하천 등의 바닥에 쌓여있는 여러 퇴적물들로 인해 확보되는 저산소/무산소층입니다.

퇴적층 표면은 물과 닿아 있어 물 속 산소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겠지만,
퇴적층 내부로 들어갈수록 산소 공급원이 없어 산소가 점점 희박해지게 되지요.
(퇴적층 땅속에서 광합성 박테리아가 활동할수는 없겠죠)


자연 속 이 환경은 어항의 바닥재로 충분히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깊이가 너무 얕을 경우 어항 물이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산소 공급원이 생겨나므로 어느 정도 이상의 깊이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또한 입자의 알갱이 크기가 클 경우도 사이 사이 공간으로 산소를 충분히 머금은 물이 들어갑니다.

실제 연못이나 호수의 퇴적층도 입자가 아주 고운 진흙들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산소/무산소 환경을 재현하기 위한 자연을 모방한 바닥재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충분한 깊이로 퇴적층이 쌓일 것.(평균 5cm 이상 권장)
- 입자가 작은 퇴적물로 퇴적층이 쌓일 것.
- 바위 등으로 퇴적층이 눌려 있을 것.(이 경우 바위에 깔려있는 퇴적층 또한 산소를 머금은 물과의 접촉이 차단되기 때문에 저산소 환경이 확보됩니다)

적어도 위 세 가지 조건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할 경우
안정적으로 자연 속의 저산소/무산소 환경을 재현할 수 있게 되겠지요 ^.^


③근데 저산소/무산소 없이도...
사실 마지막 남은 자연의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식물" 입니다.

식물 생장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가 바로 질산 이온입니다.
(비료 속에도 꼭 포함되어 있지요)

박테리아가 만든 질산 이온을 식물이 뽑아먹고,
식물이 죽으면 박테리아에 의해 다시 분해됩니다.

자연 속에서는 이렇게 서로 사이클을 돌리며 공생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물 속의 질산 이온을 빨아들이는 충분한 식물(수초 포함)이 확보가 되어있다면,
우리가 처음부터 걱정했던 환수를 하게 만든 질산 이온의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는 것이지요
(성장이 빠른 식물일 수록 질산 이온을 흡수하는 속도 또한 빠른 편입니다.)


여기까지 무환수를 재현하기 위한 조건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Walstad 방식의 어항은 독특한 바닥재가 특징입니다.

일반 화분용 흙, 칼슘비료(혹은 산호사, 조개, 뼈 가루 등)를 혼합하여 바닥재가 구성됩니다.

이 경우 질산 이온을 질소 기체로 바꿔주는 토양 서식 탈질 박테리아가 마찬가지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핵심은 바닥재의 풍부한 영양소(화분 흙+칼슘)를 바탕으로 빠른 식물 성장을 통한 수중 질산 이온의 제거입니다.

(식물의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가 바로 칼슘입니다.)

다만 이 방법의 쟁점은 식물 이후에 투입되는 동물이 지나치게 과밀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산 이온 처리의 상당수를 식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식물이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동물이 투입되면 질소 사이클이 무너지게 됩니다.
(물론, 토양 내부의 저산소 조건에서 활동하는 탈질 박테리아로 인한 질소 환원 과정 또한 일어납니다.)


원X팜님의 영상에서 보이는 "일부" 어항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여기서 약간 더 개선된 형태인 것으로 보이는데, Walstad 방식과 마찬가지로 성장이 빠른(즉, 질산 이온 흡수가 빠른)식물을 기반으로 하지만 추가적으로 바닥재 식재 과정에서 무거운 돌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식물로 인한 질산 이온 감소 효과와 더불어 돌 아래에 형성된 저산소/무산소 공간을 통한 박테리아의 활성화로 질산 이온 처리 과정이 추가됩니다.

즉, 식물이 질산 이온을 흡수하는 효과 + 박테리아에 의한 질산 이온 감소 효과가 더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탄산 칼슘이 주 성분인 산호사가 꼭 필요한 이유는 수질이 장기화 될 경우 pH밸런스를 찾아주기 위함과, 식물의 영양소를 채워주기 위한 비료의 성격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열대어는 흔히 블랙 워터라고 부르는 굉장히 낮은 pH농도에서 오히려 잘 살아가지만
식물 성장의 적정 pH는 6.5~7.0정도 이기에 식물과 물고기 모두를 만족시키는 pH를 맞춰주는 것이 서로 윈-윈 하는 것이지요.(물론 수초를 전혀 식재하지 않는 어항은 블랙워터로 팍팍 내려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만큼 질산염 처리 사이클의 한 축이 사라져서 안정도는 낮아지게 되겠지요)



6. 그래서 무여과/무환수 어항은 어떻게 세팅해야되나요?


위 이미지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아, 그리고 이제 보니 가장 중요한 동물을 안그렸네요. 동물도 꼭 필요합니다. 똥오줌에서 비롯되는 암모니아가 있어야 질소 사이클이 돌아갑니다.)

처음에도 강조드렸지만,
무환수/무여과 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어항 세팅의 정답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그 안에 포함된 질소 사이클의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 안에서 본인에게 편한 세팅을 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당장 위 그림의 저 돌도 딱히 필수는 아닙니다.)

또한 완전히 질소 사이클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적인 NO2, NO3 모니터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박테리아 사이클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안정화가 될 때까지는 여과기를 돌린다거나, 부분 환수를 해주는 등의 타협도 필요합니다.

예시를 바탕으로 각 요소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분갈이용 일반 흙[필수 사항]
- 평범한 화분용 흙이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 처음 식재 시 물을 부어가며 공기를 모두 빼 진흙처럼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수초들이 성장하기 위한 뿌리 기반이나 영양소 공급의 목적입니다.

2)산호사[필수 사항]
- 식물성장의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인 칼슘 공급원 중의 하나입니다.
- 완벽한 질소 사이클이 정립되기 이전 질산 이온의 축적으로 산성화되는 토양을 다시 중화시키기 위한 목적입니다.

3)입자가 큰 모래 등의 바닥재[권장]
- 어떤 종류이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 산호사나 분갈이용 흙이 물 속에 날리지 않도록 덮어주는 목적도 있습니다.
- 틈 사이사이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4)돌[권장]
- 저산소/무산소 조건을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목적입니다.
- 레이아웃을 고려하며 마음대로 꾸며도 좋으나, 크고 무거운 돌일 수록 저산소/무산소층 형성효과는 좋습니다.

5)수초[필수]
- 열심히 화분 흙도 넣었는데 수초 안하실 건 아니죠...? 흙이 울고 있잖아요..
- 박테리아에 의한 질소사이클에 안정성을 더해주는 목적입니다.
- 식물과 박테리아에 의해 양분되는 질소사이클은 어항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여 급작스러운 변화(먹이 과다 투여 등)에 대한 대처능력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초는 동물처럼 똥오줌 안싸잖아요...^.^
질소 사이클의 시발점인 암모니아를 만들지 않으니 팍팍 넣자구요..(그리고 결국 수초 기르는게 더 재밌어지는 경지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름)

6)동물[필수]
- 물고기, 가재, 거북이 등등
- 똥오줌이라 무시했지만 질소 사이클의 시작인 똥오줌(암모니아)가 있어야 어항 생태계가 돌아가게 됩니다.



내용에 대한 질문 및 피드백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1. API fishcare(https://www.apifishcare.com/pdf/Testing_Chart.pdf)
2. James W. Murray et al(2005) Oxic, Suboxic and Anoxic Conditions in the Black Sea.


Appendix
*1. 무여과 무환수를 처음 해보다보니 여러 번 좌충우돌이 있었습니다.

처음 수조 세팅 후 백탁 현상으로 조마조마했지만, 약 3일 경과 후 투명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질산, 질산 검사 키트가 세팅 4일째 되는 날에 도착하여 그때부터 거의 하루 간격으로 측정해보았습니다.



5일 측정 이후 신이나서 먹이를 많이 주어 긴급환수를 겪고 난 이후에는,
적절히 먹이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매일 2~3회 정도 한 번에 조금씩 나눠서 주는 중)


12일 이후 아질산은 거의 0, 질산도 12.5ppm 부근으로 내려온 것을 보고 어항 내의 질소 사이클이 최종단계까지 완전히 이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고 현재는 별다른 질산 체크를 안하고 있습니다.


(18일쯤 찾아온 이끼는 전면 유리만 긁어내고 옆에는 그대로 두어 기르고(?)있습니다.)
레이아웃은 심미성이 아닌 그냥 심고 싶은 대로 심었으니 웃어 넘기시면 됩니다..ㅋㅋㅋ



*2. 사실 본문에서 언급했던 질소사이클은 아주 간단한 것만 소개한 것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다양한 박테리아 들에 의한 여러 반응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혐기성 조건이 아닌 호기성 조건에서 탈질화 작용(aerobic denitrification)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라거나, 암모늄 이온을 다이렉트로 질소 기체로 바꿔버리는 혐기성 암모늄 산화작용(annamox)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도 있습니다.

탈질 작용에서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황화수소, 황산이온 등을 이용하여 질소 사이클이 아닌 황 사이클(dissimilatory sulfate reduction)과 관련된 박테리아들도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핵심은 호기성 조건과 저산소(혹은 무산소) 조건의 적절한 조화입니다.

자연의 무환수를 재현하려면 100% 호기성 조건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어도 완벽한 탱크항이나 저면여과가 아닌 이상 어항 한 구석에 자연스럽게 저산소 조건이 만들어지기는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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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세팅 이후 근황 모습입니다. 글쓴이가 안 바쁠때 종종 업데이트 됩니다.)
2020.5.4.
미키마우스 플래티, 러미노즈테트라


2020. 7. 29
EMB구피, 러미노즈테트라, 플래티, 오토씽, 생이새우, 다슬기, 애플 스네일

그 많던 발리스네리아 풀밭(?) 한쪽을 완전히 걷어냈습니다.(사진에서 왼쪽)
어떤 분의 댓글로 저도 깨닫게 된 것인데, 토양이 많이 늘었더라구요~
바닥재를 추가로 넣지 않았지만 토양이 증가한 이유!
바로 근 1년간 물고기들의 배설물들이 열심히 쌓여 토양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세팅 시에는 아래서부터 순서대로 분갈이흙->산호사->자갈+뼈산호로 산호사를 덮어주었는데,
그 위에 새롭게 생겨난 토양층이 자리잡았네요 ^^
새우와 물고기들이 뒤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연못 밑바닥을 보는 느낌이라 재밌습니다 ㅋㅋ

러미노즈 테트라는 현재 3마리 밖에 보이지 않는데,
아마 수명이 다 되어 죽은 후 사체가 빠르게 분해된 것으로 보입니다.(제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영상도 같이 올려봅니다 ^^


20. 9. 14.
금붕어 항과 열대어 항입니다.

금붕어 항 : 코멧 금붕어 두 마리, 애플 스네일, 다슬기, EMB구피 새끼 몇 마리(물 옮기다보니 같이 들어감..), 생이 새우 몇 마리, 미키마우스 플래티 2마리, 나비 비파 1마리, 비파 1마리

열대어 항
: 플래티/EMB구피 다수, 오토씽, 다슬기, 애플스네일, 생이새우



20.12.1
*특이사항 :
금붕어 항의 금붕어 두 마리가 사망하였습니다...ㅠㅠ
원인을 알아본 결과 pH가 지나치게 낮아진 탓으로 판명됩니다.
금붕어 항에 같이 있던 비파, 구피, 애플스네일은 멀쩡하고 pH측정해보니 6.0이 나와서 pH쇼크사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쁜 핑계로 pH체크를 거의 몇 달간 하지 않고 물만 보충하며 방치했는데 안일했나봅니다 ㅠㅠ 금붕어야 미안해..)
뼈산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중성으로 유지가 안되었을까 생각이드는데 두 가지 가설이 있을 듯 합니다.
1. 뼈산호의 용해 속도가 애초에 너무 느리다.(산호사에 비해 표면적이 작기 때문에)
2. 비파, 금붕어 등의 배설 속도를 뼈산호의 용해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긴급하게 산호사 투여하고 2일 경과 후 다시 7.0을 되찾았기에 새로운 금붕어 투여하였습니다.
(사진은 금붕어 투입 후 3일 된 모습)
*참고로 금붕어 적정 pH는 7.0~7.5정도 입니다.
애초에 약산성을 좋아하는 구피와 약알칼리를 좋아하는 금붕어를 같은 어항에 둔다는 것이 조금 외줄타기였네요.
지금은 7.0~7.5로 맞춰서 유지 중이긴 하나.. pH변화에 조금 더 둔감한 구피에게는 미안하지만
약알칼리로 유지하며 금붕어에게 맞춰주어야 할 듯 합니다.
아래는 산호사 투여 후 2일 경과한 시점에서 금붕어 투여 직전 수질측정 결과입니다.



열대어항은 별 특이사항 없습니다. 구피와 플래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네요...
(둘이 합쳐 치어 포함40마리는 되어 보입니다)

열대어 항
금붕어 항


아래 영상은 새우 먹으라고 던져준 식물성 먹이에 열심히 입질하는 플래티와 구피 친구들 입니다.





21. 5. 26.
오랜만의 업데이트입니다.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데, 기온이 올라서 그런지 녹색 이끼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앞유리는 1달에 한번 정도 긁어주고 나머지는 새우나 비파들 먹으라고 그냥 두고 있습니다~
수초들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끼들이 덮여있습니다.
사람이 보기에는 기분이 별로일 수 있지만 그냥 공생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야지~ 싶네요 :D
물 중간중간 떠다니는 수초 조각들은 수면에 떠있는 좀개구리밥 입니다..ㅋㅋㅋ

금붕어 항(옆쪽 벽면의 녹색 이끼들이 보입니다)
열대어 항(여기도 마찬가지로 옆쪽 벽면에 녹색 이끼들이 보입니다)


현미경으로 촬영한 새끼 애플 스네일 영상도 첨부해봅니다~(학생들이 엄청 신기해합니다..ㅋㅋ)




22. 1. 26.

 

오랜만의 업데이트!

애플스네일이 뚜껑에 알을 아주 많이 낳았습니다.
금붕어 항에 있던 비파 두 마리가 용궁으로 떠났습니다. 원인불명... 금붕어는 멀쩡한 것으로 보아 물이 맞지 않았을까 하네요...
 
 
 
22.11.16.
수능 전날 업데이트 입니다 ^^ 

두 어항에서 대부분의 수초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친구는 '발리스네리아' 입니다.
다른 수초들에 비해 압도적인 생존률, 성장속도 등으로 거의 대부분을 장악(?)해버린 친구입니다.
그 덕분인지 전체 질산염 사이클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금붕어항에서 특히 뿌옇게 부유물이 많은 점을 보실 수 있는데, 무환수에 도전하시는 분들은 이 점을 꼭 염두해두셔야 합니다.
부유물이 필연적으로 떠다니기에(특히 금붕어들은... 푸닥푸닥 거려서 더많기도 합니다)
맑은 물이 아니기에 얼핏 사람이 보기에는 깨끗해보이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23. 4. 19.
오랜만의 업데이트 입니다.
그동안 이사도 하고 이직도 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원래 있던 열대어항은 미니 어항으로 옮기면서 정리하고, 금붕어항만 남겨두었습니다.

왼쪽의 그물에는 금붕어 치어, 새끼 애플스네일가 들어있습니다.
애플스네일이 너무 많이 번식해서 주변에 좀 나눠줘야하나.. 하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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